얼마전
지구의 종말을 다룬 영화 '2012' 가 개봉했습니다. 아직 얼마 살지도 않았는데, 아직 하고 싶은게 얼마나 많은데 2012년에 세상이 끝장난다니 이거 정말 분하고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종말론에 대한 이야기는 고대 마야인들의 달력이 2012년 12월 21일에 끝난다더라 또는 이제는 하도 들어서 친근한 노스트라다무스 아저씨의 예언따위로 숱하게 들어왔습니다.

이젠 뭐 별 시덥지 않은 이야기라고 웃어넘기지만 인터넷이나 TV에서 종말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눈길이 먼저 가는걸 보면 아직도 조금 불안하긴하나 봅니다. 생존에 대한 본능일까요?

영화 '2012' 를 보고 생각나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1992년에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종말론 '휴거' 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코메디입니다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종말이 온다고 가정, 직장 다 때려치고 종교단체와 함께 잠적해버리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어서 가정주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출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당시 전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A라는 선생이 휴거를 맹신하고 있어서 수업시간에 가끔 휴거이야기를 했습니다. 휴거가 무엇이냐면 지구에 대재앙이 일어나 세상에 종말이 오는데 살아남으려면 예수를 믿고 따라야만 10월 28일 자정에 천국으로 갈수 있다는 것입니다. A선생은 적그리스도니 공중강림이니 어쩌고 저쩌고 바코드를 손이나 이마에 받으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습니다.
처음에는 별 이상한 선생도 다 있다라고 생각하고 웃어넘겼지만 휴거가 일어나는 10월 28일이 점점 다가오자 조금 불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침내 휴거가 몇 시간 남지않은 10월 28일 학교내에서는 A선생이 안보인지 꽤 되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저와 친구들은 내일 아침에 학교 안나오면 자기 먼저 천국 간줄 알아라는 우스개 소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전 그대로 제방에 누워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얼른 달려가 TV를 켜고 뉴스를 보았습니다. 사람이 사라졌다거나 어디서 대재앙이 일어났다거나 하는 뉴스는 없었습니다. 친구들 모두 다 학교에 나왔더군요. 그리고 며칠 뒤 전 보았습니다. A선생이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새로 산 자동차에서 내리는 모습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