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고향 시골집에 다녀왔습니다. 언젠가부터 도둑 고양이 한 녀석이 자꾸 눈에 띄는데요. 올해 추석에 외양간 짚더미 속에 새끼를 낳아기르다가 사람이 자꾸 들여다보니까 걱정이 되었는지 바로 이웃집 창고안 나무 쌓아둔 곳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이웃집은 전에 살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로 십여년 동안 거의 비어 있는 빈집입니다. 고양이는 체구도 얼마 크지않고 어릴때부터 시골집 주위를 돌아다니던 녀석이라 이번에 첫 새끼를 낳은듯 싶습니다.
얼마전에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던 이녀석과 눈이 딱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녀석은 잔뜩 긴장을 한체 제가 어떤 위협이라도 하면 당장 도망가려고 제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순간 예전에 TV동물농장이라는 방송에서 동물과 대화를 할수 있다는 '하이디' 씨가 알려준 고양이와 인사하는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고양이와 눈을 마주 보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면 그게 바로 고양이와 인사를 나누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제가 눈인사를 하자 그녀석도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고는 대문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정말 그게 고양이와 인사를 한건지 알수는 없지만 왠지 기분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저희집은 벼농사를 짓기 때문에 쥐가 많아서 어렸을때부터 고양이를 키웠습니다. 그래서 고양이와 함께 한 기억들이 참 많습니다. 고양이들은 대부분 '쫄랑이' 라고 불렀습니다. 사람 뒤를 쫄랑쫄랑 잘 따라다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지금 시골집에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키우던 '쫄랑이' 가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고 예전보다 쥐도 별로 없고해서 이제는 키우지 않습니다.
고양이가 쥐를 잡으면 일종의 세레모니를 하는데 그 모습이 참 재미있습니다. 일단 주인앞으로 물고 와서 자신이 얼마나 쥐를 잘 잡는지 자랑을 합니다. 그리고 아직 살아 있는 쥐를 땅위에 내려놓고 딴청을 피웁니다. 그러면 쥐는 벌벌 떨다가 눈치를 살피고는 얼른 도망을 가는데 그럼 고양이가 잽싸게 달려가서 한발로 쥐 몸통을 콱 눌러버립니다. 그리고 또 살짝 놓아주고 다른곳을 봅니다. 쥐가 다시 죽어라 도망가면 순식간에 쫓아가서 발로 쥐를 후려쳐 버립니다. 이렇게 서너차례 놀다가 싫증이 나면 그때서야 잡아먹습니다.
이녀석 좀 친해졌다고 앞에서 사진기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도 눈을 감고 자버립니다. 가슴에 나있는 새하얀털이 참 예쁩니다. 고양이들은 자기 몸이 더러워지면 혀로 털을 깨끗이 정리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손으로 한번 쓰다듬어 줬으면 좋겠는데 손을 가까이 가져다 대려고 하면 도망가버립니다.
새끼 고양이들은 총 네마리입니다. 사람 발자국 소리만 나면 쏜살같이 나무 틈새로 숨어버립니다. 그래도 그중에서 어미를 가장 많이 닮은 이녀석은 가끔 눈인사도 받아주고 제가 신기한지 자꾸 쳐다봅니다. 제가 시골집에 살면 밥도 꼬박꼬박 챙겨줄텐데 어미고양이나 새끼고양이와 친해질 시간이 많지않아 아쉽습니다. 저녀석 나중에 커서 어미와 떨어질때 우리 시골집에 들어와살면 참 좋겠다는 욕심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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