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제 방에 개미가 한두 마리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장마때 화장실 창문을 타고 개미가 줄을 지어 들어오길래 잠깐 비를 피해 들어오는가 싶어 너그러운 마음으로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그때 자리를 잡은듯 싶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개미 녀석들과는 서로 크게 나쁜 꼴을 본적이 없는지라 별 감정이 없었는데 이녀석들이 책을 읽고 있는 제 다리 위를 슬금슬금 기어오를 때는 제법 신경이 쓰입니다. 그럼 저는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거나 살충제를 뿌려서 아주 혼을 내줬지요.(※사진출처 FlickrⓒCharlesLam)


하루는 잡동사니를 담아놓은 종이 수납박스에 개미들이 많이 달라붙어 있습니다. '뭐 먹을것도 없는데 왜 내방에서 귀찮게 굴까' 하고 혹시나 싶어 종이박스를 열어보니 아뿔싸!! 지난 달에 금연을 시작하면서 담배 생각이 나면 먹을려고 사다둔 사탕 몇개를 박스에 흘렸나봅니다. 사탕 주위를 개미들이 새까맣게 둘러싸고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사탕 포장이 밀봉형이 아니라 양끝이 말린 포장지 사탕이라 꼼짝없이 개미들에게 걸린거지요. 인간의 먹이를 탐낸 개미 녀석들에게 살충제를 실컷 뿌려줬습니다. 이쯤이면 다신 제방에 얼씬 거리지 않을겁니다.

며칠 후 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책상에 앉아있으니 잠이 솔솔 옵니다. 마침 날도 선선하고 요 하나를 깔고 눕자마자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천둥치는 듯한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이 깨었습니다. 그런데 천둥이 아니라 오른쪽 귀에서 정체를 알수 없는 엄청 큰 소리가 계속 들리는게 아니겠습니까? 마치 그소리는 검은 비닐봉지를 마구 비벼대는 듯한 소리였습니다. 순간 귀에 벌레가 들어갔다는 생각에 오른쪽 귀를 아래로 향하고 머리를 마구 흔들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오른쪽 손바닥으로는 귀를 사정없이 두들겼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머리를 흔들어대니 손바닥 위로 검은 점 하나가 툭 떨어졌습니다. 그건 개미였습니다. 그런데 이 개미는 예전에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죽이던 하찮은 개미가 아니라 저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무서운 개미였습니다. 그 개미녀석은 마치 저에게 '앞으로 조심해라. 그러다 너 한방에 훅간다' 라는 경고를 하는듯 보였습니다. 전 그 개미를 죽이지 않고 문밖에 놓아주었습니다.

머리를 얼마나 흔들었던지 머리가 다 지끈거리고 오른쪽 귀는 손바닥으로 하도 때려서 벌겋습니다. 거울을 통해 제 모습을 바라보니 조금전 제가 하던 행동들이 떠올라 혼자 웃음이 납니다. 자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막 머리를 흔들고 한손으로는 귀를 때리는 제 모습을 누가 봤더라면 아마 미친 놈이라고 했을 겁니다. 깊어가는 가을, 까불지 말고 항상 겸손하게 살라는 개미선생의 가르침을 새겨 듣습니다.

덧) 귓속에 벌레가 들어갔을때는 저처럼 당황하지 마시고 귓속에 식용유나 식물성 오일, 따뜻한 물 한방울을 넣고 잠시후 귀를 아래로 기울이면 벌레가 죽어서 나온답니다. 그런데 벌레가 귓속에서 막 난리를 피우면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