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카? 실버카는 부릉부릉 타고다니는 은색 차가 아닙니다. 실버카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밀고 다니시는 보조 보행기구를 말하는 것인데요. 노년층을 달리 이르는 실버세대에서 나온 말이죠. 흔히들 할머니 유모차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외국에서는 실버카라는 말보다 롤레이터(Rollator)라고 부르더군요.

주변에서 유모차를 밀고 다니시는 할머니들을 가끔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전 그 모습을 처음 보고는 연로하신 할머니께서 자기 몸도 편치 않으면서 손자(녀)를 데리고 나오셨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지팡이 짚고 다니는 것보다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에 빈 유모차를 밀고 다니시는 것이었습니다.(※사진출처  FlickrⓒT.M.O.F. )

제게는 얼마전 팔순을 맞이하신 할머니가 계십니다. 팔순 생신날 며칠 전이었습니다. 하루는 아침 일찍 저를 부르시더니 돈을 주십니다. 세어보니 십오 만원이었습니다.

"이걸로 할매들 밀고 다니는것 좀 사다줘라."
"아, 할머니들 밀고 다니는 유모차요? 그럼 애기들 유모차를 사야되나?"
"아니, 그거 말고. 노인당에서 다른 할매 밀고 다닌거 본께 튼튼하고 좋드라. 십삼 만원 줬단다."
"예, 일단 인터넷에서 한번 알아볼께요"

정확한 명칭을 몰라서 인터넷에서 '할머니 밀고 다니는 유모차' 로 검색을 해보니 실버카라고 부른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노인분들 허리나 다리 아프신 분들 걷는데 도움을 주는 기구라 기능은 대부분 비슷했지만 디자인과 구조에 따라 가격이 싼 것은 십만원대에서 비싼 것은 60만원대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할머니 팔순 생신선물로 뭘 사드릴까 생각하던 참이라 할머니께서 주신 돈은 노인당 할머니들이랑 점심 한번 사드시라고 돌려 드리고 제가 사드리기로 했습니다. 요즘 할머니는 매일 실버카를 몰고 노인당으로 출근을 하십니다.
할머니께서 지난 봄에 넘어지지셔서 허리를 다치신 이후로는 지팡이만 짚고 다니시는 것도 힘들어하십니다. 그동안 앞바퀴 2개만 달린 네 발짜리 보행기구를 밀고 다니셨는데 소리가 시끄럽고 불편해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실버카를 구입할때 그냥 밀고 다니는 제품보다 위에서 힘을 주고 체중을 의지할 수 있는 튼튼한 제품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 제품은 제가 구입한 하나케어/고급형 실버카 오베이션 워커(Ovation Walker) 인데요. 일반 T자형 제품보다 U자형 핸들이 위에서 힘을 주었을때 앞바퀴 부분이 들리거나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아 구입하였습니다. 또 내리막길에서 위험하지 않도록 브레이크도 있고 앉아쉴때는 브레이크 손잡이를 밑으로 내리면 바퀴가 고정됩니다. 할머니께서도 처음에는 너무 큰걸 샀다고 이야기하셨는데 사용후에는 오히려 튼튼해서 좋다고 만족해 하셨습니다.

하나케어/고급형 실버카 오베이션(Ovation) 제품의 아쉬운 점은 의자 높이(53.5cm)가 좀 높다는 점입니다. 국산제품이라는데 서양인의 체형에 맞춰서 나왔는지(실버카 자료를 찾다가 외국 할머니가 같은 제품을 밀고 다닌 사진을 발견했음) 키가 작으신 할머니께서 앉기가 다소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퀴 크기도 조금만 줄였으면 더 안전할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이 제품은 총중량이 6.6kg이라 대문에 계단이 있는 주택에 거주하신 분들은 할머니 혼자 접어서 들고 내기가 어렵습니다.)
T자형 실버카는 보행시 허리나 다리가 조금 불편하신 분들에게 잘맞는 제품입니다. U자형 실버카보다 무게가 더 가볍습니다. 할머니 친구분 들이 주로 사신 제품인데 의자높이(44cm)도 적당해서 길가다가 힘들면 앉고 편리하시다고 합니다.

이제품도 물론 핸들에 브레이크가 달려 있으며 앉아쉴때 바퀴가 움직이는 것을 막기위해 고정 브레이크 장치가 별도로 달려있습니다. T자형 실버카는 직접 사용해보지 않아서 장단점을 자세하게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품 구조나 기타 사용후기를 종합해볼때 이동시 체중이 과도하게 앞으로 실리는 분들보다는 몸 상태가 좋은 분들이 이용하시길 개인적으로 권해 드립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군대 2년과 서울살이 1년을 빼면 거의 할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누구도 피해갈수 없는 당연한 자연의 이치지만 할머니를 통해 늙어간다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라는걸 잘 알고 있습니다.

TV나 인터넷 모두 20~30대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요나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렸을때는 할머니께서 신나는 최신가요들을 시끄럽다고 하시는걸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가요무대를 빼먹지 않고 재미있게 보시는 할머니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살한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소녀들이 열광하는 아이돌 가수의 음악이 낯설게 느껴지는 제자신을 발견하고 나도 이젠 나이가 들었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사진출처 FlickrⓒAkbar Simonse)

그런데 요즘 실버카 밀고 다니시는 할머니들은 많이 봤는데 할아버지들은 좀처럼 볼 수가 없습니다. 외국사진에서는  할아버지들도 실버카를 가지고 다니시는 모습을 많이 볼수 있습니다. 나이들면 허리 아프고 다리 아픈건 할아버지나 할머니나 다 똑같을텐데 말이죠. 옛날 분들이라 남자는 조금 창피하다고 생각하시는 걸까요? 앞으로 노인인구는 더욱더 늘어날테고 제가 실버카를 밀고 다닐 나이가 되면 할아버지들도 자유롭게 실버카 밀고 산책을 다닐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덧) 지금 블로그 하시는분들이 앞으로도 계속 블로그를 하신다면 20~30년 뒤에는 정말 실버 블로거의 시대가 올것입니다. 그때 위드블로그나 블로그코리아에서 실버카 체험단을 뽑을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