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영아, 정말 너 보영이 맞지?"
"그럼~!! 우리 정말 오랜만이다. 그치?"
서로 몇 차례 E메일을 주고 받았는데도 난 바보같이 전화 수화기에 대고 이름만 되묻고 있었다.

동네아이들과 개구리 구워먹고 뱀 잡아서 땅꾼에게 팔 생각을 하던 시골 촌놈에게 애틋한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안겨준 보영이를 다시 만난건 2000년 가을 쯤이었다. 난 당시 자대 배치 받은지 얼마 안된 이등병이었고 계속되는 고참들의 갈굼에 늘 얼굴이 어두웠었다.

하루는 주특기훈련을 받고 잠깐 쉬고 있는데 옆소대 소대장이 와서 말를 건낸다. 지나칠 정도로  원칙을 고수하는 스타일이라 일병이상 중대원들에게 알게모르게 왕따를 당하고 있었는데 그걸 본인도 눈치챘는지 주로 이등병들하고만 친하게 지냈다. 나도 그리 가깝게 지내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간부라 싫은 내색을 못하고 가끔 말을 받아주었다.

"어제 외박나가서 국민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엄청 예뻐졌더라"
"와~ 좋으셨겠습니다. 그런데 동창은 어떻게 만나셨습니까?"
"너, 아직 모르냐? 아이러브스쿨이라고 동창 찾아주는 인터넷 사이튼데 요즘 인기 엄청 많아"

얼마후 일요일, 난 휴가에 더해서 가려고 아껴둔 외출을 끊어서 부대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제일 먼저 들른곳은 중국집이 아니라 PC방이었다. 그렇게 그 사이트에서 보영이의 소식을 듣게 되고 며칠후 전화 통화를 했다. 그리고  휴가를 나가 보고싶던 보영이를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다시 또 많은 시간이 흘러 우리는 서로 소식조차 모르는 사이가 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보영이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지루하고 답답했던 군생활을 조금이마나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바쁘다는 핑게를 대며 살다가 어느날 우연히 그 사이트에 대한 기사를 발견하고 오랫만에  다시 로그인을 했다. 하지만 예전 나와 친구들과 보영이가 남겼던 글은 모두 사라지고 다시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인터넷이  인간의 감성조차 지배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보냈던 연애편지는 이미 멸종된지 오래고 E메일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연애의 설레임을 전했던 쪽지는 미니홈피나 블로그 댓글이 그 짜릿함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 우연히 발견한 사랑했던 연인의 빛바랜 사진에 담긴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감상도 이젠 더 이상 느낄 수 없습니다.

요즘 인터넷세대들은 기존 세대보다 더 빨리, 더 자유롭게, 더 즐겁게 인터넷을 즐기고 있습니다. 광역도시를 중심으로 잘 갖춰진 인터넷 통신망과 경쟁적으로 더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인터넷 업체의 초고속 서비스는 인터넷 사용과 컨턴츠 다운로드에 있어서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그 덕분에 가정과 PC방에서 저렴하고 간편하게 인터넷 서비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인터넷 문화를 경험한 현대인들에게 이제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인터넷 세대들은 인터넷을 통해 기존세대들보다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합니다. 하지만 기존세대들이 누린 다양한 감정의 풍요로움을 누리지 못하고 그 일련의 과정을 과감히 '생략' 해버리는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그러나 인터넷 세대들이 만드는 인터넷 세계에는 기존의 세대들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성이 이미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디지털 감성 "인터넷 노스탤지어(nostalgia)" 입니다. 인터넷 노스탤지어는 1985년 데이콤의 PC통신 서비스인 천리안의 등장과 그 시작을 함께 합니다. PC통신을 통해 전국각지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감정을 나누는 신선한 경험은 이후 젊은 세대들에게 그들을 대표하는 필수 아이콘으로 떠오릅니다. 그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보급과 함께 채팅, 온라인게임, 인터넷 카페, 블로그의 활성화는 인터넷세대의 폭발적인 증가와 왕성한 활동으로 이어졌고 인터넷세계의 자신과 현실의 자신을 동일시하는 감정이입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요즘 인터넷세대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희노애락을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특정 인터넷 사이트나 인터넷 동호회(카페), 미니홈피, 블로그가 인터넷 세대의 감성적인 상징물이 되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인터넷 세상에서 우리 인터넷 세대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접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포털과 뉴스사이트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눈과 귀를 잡아끌기위해 최신정보를 경쟁적으로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최신정보와 검색에 익숙한 인터넷 세대들은  정보의 중요성이나 자료의 저장에 대해서는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은체 마우스만 열심히 클릭해대고 있습니다. 한달 전 다음 인기 검색어를 기억하시나요? 아고라에서 가장 논쟁이 되었던 글은 기억하시나요? 혹자는 그런걸 뭐 다 기억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을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 검색어는 누구에게는 정말 의미있는 검색어였을지도 모릅니다. 인터넷은 분명 지금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이트가 새로 태어나고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그 사이트가 가지고 있는 자료와 이용자들의 감성이 함께 섞여있기때문에 기록하고 저장할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e하루616캠페인 은 다음세대재단이 주관하는 인터넷역사만들기 프로젝트로서 인터넷이 소모적인 정보만을 거래하는 정보마켓이 아니라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엄연한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e하루616전시관 을 통해 바라본 2005, 2006, 2007, 2008년도의 6월16일자 인터넷은 텍스트로서의 1차적인 정보만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2005년도의 대형포털과 2009년도의 대형포털은 디자인이나 레이아웃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동안 대형포털이 지식과 정보 제공처로서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의 장으로서 건강한 사회건설에 도움이 됐던 점과 때로는 여론을 호도하는 정권의 나팔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 비추어봤을때 대형포털이 무엇을 중요시하고 있는가를 눈여겨봐야할 부분입니다.


2006년 06월 16일은 역시 2006년 06일 09일에 시작된 독일월드컵 때문에 축구경기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친구들과 모여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 을 외쳤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축구 대표팀의 승리를 위해 온국민이 하나되어 외쳤던 그때의 감동과 열정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우리 모두가 함께한 공감대입니다. 2006년도의 인터넷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 시작된 그 이후부터 인터넷은 이미 우리 인간에게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집에서도 간편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자 우리의 쇼핑패턴이 바뀌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을 통한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하자 우리 가요계와 영화계는 중대한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게 바로 2009년 06월 16일 오늘을 살아가는 인터넷 세대 우리 모두의 모습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기록과 사회 그리고 문화의 유산으로 인터넷을 받아들이기 전에 인터넷 이용자들이 먼저 거짓과 왜곡으로 가득찬 '인터넷 찌라시'와 참된 인터넷 정보를 구별해 낼줄 아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또한 기존에 쏟아져나오는 인터넷정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다면 이제는 자신에게 맞는 정보가 어떤 것인지 가려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보로 정보에 소외받은 이들이 현혹되는 일이 없도록 진실을 알리고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공간에 숨어서 진실을 가리려는 자들을 철저히 감시해야합니다.

또한 정보의 주체적인 생산자로서 그 책임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합니다. 자신의 블로그에 가볍게 끄적여 놓은 글이라고 해도 비공개가 아니라 공개된 글이라면 무심코 그 글을 읽은 사람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해줄 수도 있습니다. 그 몇 단어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갈수도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섣부른 말이 화를 불러일으키듯이 블로그에서 늘 자신의 글에 잘못된 정보가 없는지 살피고 조심을 해야 합니다. 인터넷의 주인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도 아니고 대형 포털도 아닙니다. 바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우리 자신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각종 범죄들 상당수가 내일이 아니니까 구경만 하고 있거나 호기심이란 이름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오늘 2009년 06월 16일, e하루616캠페인을 통해 어제와 다른 조금은 진지하고 의미있는 인터넷 클릭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사진출처: Flickrⓒdev nulll